🍶 술과 우정, 벗과 함께한 술자리 – 서로의 진심이 오갔던 순간들
젊은 날, 우리는 술을 마시며 철학과 인생과 사회에 대하여 치열하게 논쟁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대학 시절의 동료들과, 재수 시절의 전우 같은 친구들과 함께 밤새도록 마시고 이야기했죠.
술은 단지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이야기하고, 문학을 꿈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마음의 매개체였습니다.
고교 시절 함께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제 인생에서 가장 따뜻한 존재입니다.

미국에 건너온 지도 어느덧 28년.
그 고교친구들 중 어떤 벗은 딸과 함께 방문하여 제 집에서 한 달을 지내고 갔고,
또 고국의 친구들은 제 막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저녁을 사주고 맥주도 한잔 사주었다더군요.
막내는 “아빠 친구들이 다 아빠처럼 굴어서 좀 이상했다”고 말했지만,
저는 그 말에서 세대를 넘어 흐르는 우정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술과 우정이 만든 놀라운 순간들을
정조와 다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서양의 인물들로 확장해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 붓, 필통(피통)에 따른 술 –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의 특별한 브로맨스
조선 후기의 성군 정조 이산은 단순히 책과 무기만이 아닌,
술잔을 통해 신하와 마음을 나누는 임금이었습니다.

하루는 신하들의 학문 시험이 열리는 날.
늘 장원을 하던 정약용이 또 1등을 하자,
정조는 선물로 술을 내리는데, 놀랍게도 그 술잔은 **붓을 씻는 피통(필통)**이었습니다.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마시게.”
명을 받든 정약용은 그 술을 모두 비워냈고,
정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죠.
“이제 자네는 내 술벗일세.”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자주 술을 함께 나누었고,
그 우정은 단순한 정을 넘어 개혁과 학문의 동반자 관계로 이어졌습니다.

정조는 정약용에게 수원 화성의 축성, 거중기의 개발, 농업 개혁, 국방 계획을 맡기며
대한민국 실학 사상의 거목으로 성장시켰습니다.
🍶 술 한잔이 만든 믿음이, 결국 한 시대를 바꾼 것입니다.
자유의 술잔 – 허균과 홍길동
조선 중기의 문인 허균은 시인, 승려, 백정, 기생들과 함께 술을 나누며
신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었습니다.

그 술자리에서 태어난 사상은 훗날 《홍길동전》으로 완성되었죠.
현실을 풍자하고, 신분 제도에 저항하며, 친구들과 나눈 술자리 속 이상이
문학이라는 방식으로 꽃피운 것이었습니다.
🍷 허균에게 술은 자유였고, 신분을 초월한 친구들은 그 자유의 증인이었습니다.
🖤 그리움이 남은 술 – 백석과 자야
시인 백석은 평양의 요정에서 기생 자야와 술과 시를 나누며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 술자리는 문학적 교감과 사랑, 그리고 시대의 비극을 함께 마주한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단은 그들을 갈라놓았고, 자야는 서울에서 ‘자야다방’을 열고
그 추억의 향기를 안고 살아갔습니다.
🍶 이별은 찾아왔지만, 술잔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철학을 꽃피운 연회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고대 그리스의 ‘심포지온(연회)’에서는 술이 단지 기호가 아니라
사상의 촉매제로 기능했습니다.

플라톤의 《향연》에는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이
사랑과 인간의 본질을 논하며, 술과 대화를 통해
진리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 “진리는 대화 속에서 피어난다.” – 소크라테스
⚙️ 혁명의 술잔 – 마르크스와 엥겔스
19세기 런던의 선술집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처음 만나 술을 마셨고,
그 만남은 곧 《공산당 선언》이라는 거대한 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엥겔스는 마르크스를 끝까지 경제적·정서적으로 후원한 진정한 친구였고,
그들의 술잔 위에서는 세계를 바꿀 생각들이 오고갔습니다.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우리가 술을 나눈 순간에 이미 시작되었다.”
✒️ 부딪힘도 우정 –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1920년대 파리.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s)’라 불리는 미국 작가들이
카페와 바를 떠돌며 글을 쓰고 토론하며 술을 마셨습니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두 거장은 서로 너무 달랐지만
문학이라는 공통의 술잔 안에서 깊은 이해를 나눴습니다.
🍸 “우정이란, 비판과 경외가 공존하는 것이다.”
🍂 지란지교 – 백이와 숙제의 맑은 술우정
은나라가 무너지고 주나라가 세워지자,
백이와 숙제는 충절을 지킨다며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에 들어가 술과 맑은 삶을 나누었습니다.

이들의 우정은 오늘날 ‘지란지교(초란지교)’,
즉 맑고 향기로운 친구 사이를 뜻하는 말로 남게 되었습니다.
🌿 술은 그들에게 삶의 고귀함을 지켜주는 도구였습니다.

🐎 말보다 깊은 사귐 – 죽마고우
‘죽마고우’는 어릴 적 대나무 말을 함께 타고 논 친구를 뜻합니다.
이 표현은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사용되며,
그러한 친구와의 술자리는 단순한 회포가 아닌
삶 전체에 대한 성찰의 순간이 됩니다.

🍶 술잔 위로 흐르는 건 이야기보다 더 오래된 기억입니다.
📝 시인 김남조와 여성 문인들, 우정의 술자리
1960~70년대 한국 여성 문단의 중심이었던 김남조 시인과
여류 문인들은 종로의 다방과 선술집에서
시와 삶, 여성의 고뇌를 나누었습니다.

그 술자리는 치유의 공간이었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우정의 술잔이기도 했습니다.
🍷 루소와 디드로 – 철학과 결별의 술잔
프랑스 계몽주의를 대표했던 루소와 디드로는
초기엔 깊은 대화를 나누던 지적 동지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철학적 이견과 인간적 오해가 쌓이고,
결국 편지로 절교에 이르렀죠.
🍷 같은 술을 마셨지만, 같은 진실을 나누지 못했던 우정의 그림자.
🥃 괴테와 실러 – 비평으로 익은 문학적 술우정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인 괴테와 실러는
한때 서로를 경계하던 문인이었지만,
한 작품을 계기로 술자리를 함께하게 되며
문학과 비평, 철학을 함께 나누는 진짜 벗이 됩니다.

🥂 “진정한 우정은, 술잔을 기울일 수 있을 만큼 솔직한 비평이다.” – 실러
그리고 나의 이야기 – 아빠처럼, 친구처럼
저에게도 그런 친구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들.
비록 몸은 28년의 세월이 갈라놓앗지만,
그들과의 마음의 술자리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삶과 우정의 연장선입니다.

지금도 벗들이 만날 때면 제자리와 술잔을 따라놓고 함께하곤 한답니다...
그러다 얼큰해지면 술기운에 전화하여 돌아가며 통화하곤 했었습니다..
한 벗은 미국 제 집에서 한 달을 지내고 갔고,
다른 친구들은 제 막내가 한국에 갔을 때 아빠처럼 챙겨주었습니다.
막내는 그랬습니다.
“처음 만난 아빠 친구들이 다 아빠처럼 굴어서 좀 이상했어.”
그 말이 저는 그렇게 따뜻했습니다.
우정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아빠가 되어가는 것 아닐까요?
🥂 오늘 밤, 한 잔 어떠십니까?
술은 때때로 기억을 지우지만,
진짜 친구와 마시는 술은 오히려 기억을 선명하게 해 줍니다.

그 술잔 속에는 철학도, 혁명도, 시도, 문학도,
그리고 우리 삶의 진심과 우정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밤,
문득 떠오르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 “붓 피통만큼 따라줄 테니,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마셔.”